초고령 사회 오팔세대가 온다 OPAL (Older People with Active Lives)
눈앞에 닥친 한국의 초고령화 사회 진입을 앞두고 현대를 살아가는 기성세대들은 여러 생각에 잠기게 한다. 평생직장으로 청춘과 일생을 바쳐 헌신하며 믿었던 회사는 이제 더 이상 기성세대를 보호하는 인생직장이 아니다. 수많은 변화를 감수해야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초고령화 사회 기업의 난제로 등장한 정년연장 1명 vs 정규직 채용 2명의 비교는 현실을 잘 말해주고 있다. 초고령 사회 오팔세대는 어디로 갈 것인가?
1958년에 태어난 신생아는 무려 100만 명. 베이비부머 세대로 불리는 이들이 의학에서 노인의 기준으로 삼는 '만 65세'에 지난해 대거 합류했다. 숨 쉬는 모든 순간 건강과 행복을 보장받고 싶어 하는 58년생 개띠들은 사회에서 은퇴 없이 왕성하게 활동하며 자신의 건강을 위해 아낌없이 투자하는 첫 세대로 꼽힌다.
초고령 사회 기업의 난제 60세 정년 의무화
나보다 가족의 건강을 우선시한 이전 세대와는 사뭇 다르다. 살아있는 동안 '건강한 장수'를 꿈꾸는 이들이 살아가는 방식은 '웰니스(Wellness)'다. 의료계에서도 시니어 세대의 길어진 평균수명과 이들의 건강관리 수요를 반영해 치료법마저 바꾸고 있다.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초고령화 사회는 '오팔세대'의 그림자다. 특히 기업들에게는 더 민감한 문제다.
오팔세대의 공백을 채울 청년층이 부족하다 보니 산업 현장 곳곳에서 '일할 사람이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정년 연장을 골자로 한 다양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기업 경쟁력 강화'에 무게를 둔 고용·노동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년 연장은 기업에게 '양날의 검'이다.
정년 연장 1명 vs 정규직 채용 2명, 기업 양날의 검
당장 시급한 인력난을 해소할 수 있지만 이로 인한 비용을 기업들이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년 연장 이외에 직무에 따른 임금차별과 임금피크제 개선 등 다른 대책도 마찬가지다. 경제단체 한 관계자는 "기업들도 정년 연장의 필요성을 알곤 있지만, 인건비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현행 만 60세인 정년을 5년 더 늘리는 게 골자다.
특히 2016년 만 60세 정년 의무화가 시행된 지 10년도 채 되지 않은 상황이라 기업들이 체감하는 부담은 더 클 수밖에 없다. 대한상공회의소(이하 대한상의)가 60세 정년 의무화 5년째인 2021년 기업 30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정년 60세 의무화로 인해 중장년 인력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는 응답이 89.3%에 달했다. 가장 큰 어려움으로는 '높은 인건비'(47.8%)를 손꼽았다.
초고령사회 기업의 난제 정년연장과 청년고용
정년 연장에 따른 부작용도 고민해 볼 문제다. 오히려 청년 고용을 줄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년 60세 의무화 시행 직후 오히려 청년 실업률이 상승하는 등 '청년 고용 절벽'이 발생하기도 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2022년 말 발표한 '고령자 고용 동향의 3가지 특징과 정책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정년 연장 수혜 인원이 1명 늘면 정규직 근로자가 1명가량 감소하는 것 나타났다.
특히 임금 연공성이 높은 사업체에선 정년 연장 수혜 인원이 1명 늘어나면 정규직 채용인원이 거의 2명 줄었다. 기업들은 정년 연장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한다. 특히 조선·건설 등 노동집약적 산업 분야에선 일할 사람이 없어서 외국인 근로자를 추가로 받는 등 인력 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경남에서 중소 조선소를 운영 중인 한 대표는 "월급을 1.5~2배 더 준다고 해도 사람이 없다"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농업·서비스업 등을 비롯한 사회 전반에서 인력난은 심각해지고 있다. 산업계는 무엇보다 '유연한 고용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업이 자율적으로 인력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일정 연령까지 고용 의무를 부과하더라도 기업이 자율적으로 재고용·정년연장·정년폐지 등 다양한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계속고용제도' 등이 대안으로 제안하고 있다. 이웃 나라 일본에선 60세 정년을 기준으로, 기업이 자율적으로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산업계는 입법 과정에서 노사 양쪽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균형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만 60세 정년 의무화 제정 당시에도 노·사 간 의견차이가 첨예했으나 제대로 공론화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경제 6 단체 관계자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잡히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도입하고 됐고, 이후 부작용이 나타났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