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중 DB형을 제외한 DC형·IRP 가입자가 사전에 정한 상품에 투자 운용하는 제도다. 예·적금 등 기존에 가입한 금융상품 만기가 도래한 후 별도의 운용 지시 없이 4주가 지나면 사전에 정한 디폴트옵션 전용 상품에 투자한다는 통지를 받는다. 이후에도 운용 지시가 없을 경우 2주 뒤 자동으로 사전에 지정해 놓은 디폴트 상품군에 투자하게 된다.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시행, 잠자는 노후자금 없도록 공부해 보자.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시행, 잠자는 노후자금 없도록
디폴트옵션 전용 상품은 주식 비중이 높아도 100%까지 투자가 가능하다. 디폴트옵션 상품을 지정했다 하더라도 이후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다. 오는 12일 본격 시행되는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는 최근 10여 년간 ‘양적 성장’에 치중해 온 퇴직연금 시장이 선진국처럼 수익률을 통한 ‘질적 성장’으로 전환하는 중대 고비가 될 전망이다.
퇴직연금 당신의 미래 노후자금 확보하기 위한 방안은
연금 수익률이 물가 상승률보다 낮은 현 상태가 지속될 경우 저출산 고령화에 더해 노후 빈곤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될 수 있기 때문이다.전문가들은 “30년 장기 투자인 연금은 수익률이 1%포인트만 높아져도 노후 생활이 달라진다. 디폴트 옵션이 투자 문화를 바꾸는 계기가 돼야 한다”라고 입을 모은다. 9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퇴직연금 시장은 지난 1분기 말 338조3660억원에 달한다.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시행 연금판 바꿀 디폴트옵션
지금 추세라면 퇴직연금 적립금은 10년 후인 2022년엔 1300조 원까지 불어날 전망이다. 국민연금과 맞먹는 수준이다. 가파른 양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수익률은 저조하다.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예·적금에 묻어둔 DB(확정급여형)의 비중은 189조원(56%)으로 가장 크고, 가입자가 운용하는 DC형(85조 원)과 IRP(64조 원)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다.
보수적인 운용이 대세로 자리잡아온 탓에 10년간 연평균 운용수익률은 2.39%에 불과하다. 가입자가 직접 운용하는 DC형 수익률도 2.73%에 그친다. 말만 DC형이지 예·적금 등 원리금보장 상품 비중이 80%에 달한다. 문제는 물가상승률도 따라잡지 못하는 수익률로는 노후 생활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시행 사전지정 상품 자동투자
지난해 물가상승률은 5.1%로 퇴직연금 수익률의 두 배에 달한다. 실질적인 돈의 가치를 하락한 셈이다. 최종진 미래에셋증권 연금본부장은 “원리금보장상품 선호 현상이 계속되고 있는 것은 물가상승에 따른 위험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며 “상당수 가입자들이 상품을 스스로 결정하고 투자를 하는 것을 막막하게 여기고 있는 것도 주요한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매일경제가 미래에셋증권과 DC형 퇴직연금 가입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상품 운용을 연 1~2회 했다는 응답(45.6%)이 가장 많았고, 최근 1년간 상품 운용 지시를 한 번도 하지 않은 가입자가 38.2%에 달했다. 연 5회 이상 운용한 적극적인 가입자는 7.4%에 그쳤다.
하지만 디폴트 옵션이 본격 시행되면 가입자 간 운용상품 선정과 이에 따른 수익률에 따라 향후 노후 생활 격차도 확연하게 드러나게 될 전망이다. 매일경제가 한화자산운용을 통해 투자기간과 수익률에 따른 연금수령액을 시뮬레이션한 결과에 따르면 매달 50만 원 적립하고 연평균 5% 수익률을 냈다고 가정할 경우 30년 후 연금 수령액은 약 4억 1786만 원에 이른다.
반면, 수익률이 2%에 그칠 경우 연금 수령액은 1억7000만원 가량 줄어든다. 매월 100만원을 납입해 적극적으로 운용했다고 가정할 경우 연 수익률 2%는 30년 후 수령액이 5억 원에 미치지 못하지만, 5%로 높아지면 8억 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얼마 안돼 보이는 수익률 격차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것이 장기 적립식 투자”라며 “디폴트 옵션에 대한 관심도에 따라 노후 생활이 갈릴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