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가 12일 정식 시행되면서 장기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연금자산의 대이동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현재 2%대에 머물고 있는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려면 예·적금에 묶인 돈을 펀드 등 투자 상품으로 대거 옮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퇴직연금 티폴트옵션 시행, 퇴직연금발 머니무브 시작에 대해 공부해 보자.
연금 굴려 연 5% 버는 시대 퇴직연금발 머니무브 시작
국내 퇴직연금 적립금은 1분기 말 현재 338조 원에 이른다. 9일 매일경제신문이 미래에셋증권 확정기여(DC) 형 퇴직연금 가입자 210명에게 직접 조사한 결과 10명 중 7명은 디폴트옵션 도입 이후 연금 기대수익률을 5% 이상으로 잡고 있다고 답했다. 연 5~7% 기대수익률이 47.1%로 가장 많았고, 10% 이상도 16.2%에 달했다.
통상 위험자산에 투자할 때 목표수익률을 높게 잡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감안해도 연금자산을 주로 2%대 예·적금에 투자하던 방식에 변화의 바람이 불어닥칠 전망이다. 최종진 미래에셋증권 연금본부장은 "디폴트옵션 도입 시 고위험 상품에 대한 가입자 선호도가 초 저 위험 상품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며 "실적 배당형 상품 투자를 통해 적어도 물가상승률보다 높은 수익률을 내야 한다는 생각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퇴직연금 시뮬레이션 결과 월 50만 원을 연 2% 수익률로 30년간 운용하면 원금과 수익(복리이자로 계산)을 합해 대략 2억 4600만 원이다. 하지만 선진국처럼 펀드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연 수익률을 5%로 높이면 4억 1700만 원으로 크게 불어난다. 이미 퇴직연금을 주로 펀드를 통해 운용해 온 미국 영국 호주 등 주요 국가의 장기 수익률은 연평균 7~9%대로 한국보다 3~4배 높다.
노후자금 확보하기 위한 방안
향후 성패는 디폴트 옵션 도입과 함께 가입자들의 높아진 기대수익률과 안전자산 선호라는 배치되는 투자심리를 어떻게 해소시키느냐에 달려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미래에셋 설문결과에서도 10명 중 7명이 향후 5% 이상 기대수익률을 목표로 삼겠다고 했지만, 지금까지 운용은 저위험 자산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노후 자산은 안전하게 투자해야 하고, 주식을 투자하면 결국 손해를 볼 것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여전히 남아있다”며 “장기 안전 투자 성과에 대한 인식을 개선시키고, 이에 걸맞은 선진국형 상품을 개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전했다. 미국 영국 호주 등 선진국의 장기 성과는 널리 알려져 있지만, 우리나라 가입자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한 상품과 투자 가이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퇴직연금 가입자들은 디폴트옵션 제도 정착을 위해서는 ’수익률 및 수수료 정보 강화‘(48.5%)가 시급하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투자 상품 다양화‘(16.2%), ’ 적극적 제도 홍보(17.6%), ‘가입자 교육’(11.8%) 등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디폴트옵션 정착을 위해서는 가입자들의 인식 전환과 함께 가입자 교육은 물론 투자 편의를 높이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2006년 연금보호법(PPA) 개정을 통해 확정기여형(DC) 제도인 401K의 자동가입과 함께 디폴트옵션을 본격 시행한 미국의 경우 근로자가 입사 후 90일 이내에 적용 제외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사용자인 기업이 제공하는 금융상품으로 퇴직연금이 자동 운용된다. 한국의 DC형 퇴직연금처럼 개인이 직접 운용하는 미국의 401K의 10년 연평균 수익률은 8.4% 수준이었다.
임예진 근로복지연구원 퇴직연금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DC제도 가입자 대다수가 적격디폴트상품 중 TDF를 선택한 배경은 저렴한 수수료와 장기적으로 우수한 수익률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며 “사용자 관점에서는 운용 손실에 대한 면책조항도 영향을 미쳤다”라고 설명했다.